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대사 학과장인 저자는 해마다 연말이면 수험생들의 학부 지원서에서 똑같은 내용을 발견한다고 한다. “그리스와 로마가 서양 문명의 뿌리이기 때문에 고대 세계를 공부하고 싶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서양 문화는 그리스와 로마의 사상 위에 확립됐고, 유럽에서 중세에 상실됐다가 르네상스로 재발견됐다는 이 관점. 이 견고해 보이는 고대사의 전제에 저자는 반기를 든다. 그리고 “그리스와 로마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과거에 대한 우리 시각과 지금 우리 세계에 대한 이해를 빈곤하게 만든다”며 ‘서양’이라는 개념의 의의를 다시 정립한다. ‘서양’이란 관념이 생겨난 배경부터 짚어 보자. 저자에 따르면 18세기 유럽인들은 역사를 수렵과 목축을 거쳐 농업, 상업, 산업으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척도로 이해했다. 그리고 이를 제국주의적 확장을 뒷받침할 근거로 사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양’은 유럽과 다른 사회를 구분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탄생됐다. 유럽인들은 그들이 원하는 사회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