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1년 프랑스 화가 이아생트 리고가 그린 63세의 ‘루이 14세’(사진)는 영원히 늙지 않을 군주처럼 당당하게 서 있다. 거대한 가발과 화려한 대관식 망토, 세월이 비켜간 듯 매끈하고 우아한 다리. 그 모습은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가 창조해 낸 절대권력, ‘태양왕’ 그 자체였다. 이 초상은 1700년 스페인 왕위에 오른 손자 펠리페 5세에게 선물하기 위해 제작됐다. 그러나 완성본을 본 루이 14세는 작품이 너무 마음에 들어 원본을 자신이 소장하고 복제본을 마드리드로 보내게 했다. 붉은 커튼의 극적인 연출, 힘을 상징하는 흔들리지 않는 대리석 기둥, 기단에 새겨진 정의의 여신과 화려한 왕권의 상징물들. 캔버스 속에 담긴 것은 노년의 왕이 세상에 각인시키고 싶었던 완벽한 자신의 이상향이었다. 정작 그림 밖 현실은 달랐다. 손자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 참전하면서 프랑스 재정은 파탄 직전에 몰렸고, 말년에는 아들과 손자, 증손자들이 잇달아 세상을 떠나는 비극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