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서 다시 시작이다. 북위 34도 17분 32초. ‘더는 갈 곳 없는’ 땅끝이다. 중천에서 일몰로 더 기운 태양이지만 서해 낮은 하늘에서 눈 시리게 빛난다. 손차양해서 바라본 오른쪽으로 아련하게 거북 등 같은 섬들 점점이 늘어섰다. 어룡도, 소장구도, 대장구도, 죽굴도….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백일도와 흑일도가 좌우로 나란히 가깝게 보인다. 그 너머 노화도와 보길도가 어렴풋하다. 한반도 육지 맨 끝인데 묘하게도 서해와 남해가 이 지점에서 만나 한데 섞인다. 더 이상 서쪽 바다, 남쪽 바다로 갈리지 않는다. 새로운 물이다. 많은 문인이 지칠 대로 지쳐 땅끝에 왔다가 작은 생기나마 찾아 돌아간다고 고백했다. ‘바람이거나 구름이거나 귀신이거나 간에 변하지 않고는 도리 없는 땅끝’(김지하, 시 ‘그 소, 애린 50’에서)인 터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모색하는 여정. 해남 여행을 여기서 시작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스스로 변할 수밖에 없는 땅끝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정취 없는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