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 멀쩡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이렇게 됐어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는 분들로부터 흔히 듣는 말이지만, 우울증은 결코 하루아침에 갑자기 찾아오는 질환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서서히 진행되고 있던 질병의 신호들을 당사자와 주변인들이 알아채는 것이 매우 어렵기에 그렇게 느낀 것이다. 우울증의 초기 단계는 마음보다 몸의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우울증이라는 병명에 속아 단순히 슬픈 기분만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침체됐다는 뜻을 지닌 영어 진단명(depression)처럼, 뇌의 기능이 다방면으로 저하되는 질환이다. 충분히 자도 피로가 전혀 풀리지 않거나, 불면증 혹은 반대로 15시간 이상 자도 늘어지는 과수면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엔 뇌의 기본적 수면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실제로 불면을 겪는 사람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다. 여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이나 소화불량, 식욕 변화 등 비특이적 신체 증상이 겹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