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늘고 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운전면허를 반납하게 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오랜 시간 운전해온 사람에게 면허증을 내려놓는 일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달 초 통역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제1회 전북사잇길청년인권영화제에서 전세훈 감독의 단편영화 ‘늙은 면허’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청년의 시선으로 노인의 운전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사회 제도의 허점을 지적하기보다 면허를 내려놓아야 하는 노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인 80대 병호(임형태 분)는 40년 경력의 택시 운전사로 은퇴 후에도 정정하다. 호흡하듯 운전하며 살아왔지만 최근 들어 주차가 똑바로 되지 않는다. 면허를 갱신하는 과정에서는 인지기능이 저하됐다는 사실을 깨닫고 동요한다. 그에게 면허증은 단순한 신분증이 아니라 자존심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런 할아버지의 모습이 20대 취업준비생인 손녀 유진(김수정 분)의 눈을 통해 스크린에 펼쳐진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