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국 사회가 재현(再現·representation)의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현이란 어떤 것을 다시(re) 제시하는(presentation) 일이다. 겪었던 일을 일정한 서사를 통해 전해 준다? 그것은 재현이다. 사실 겪었던 일 속에는 복잡한 정보가 넘쳐난다. 그것들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다시 제시했으니, 그것은 재현이다. 각종 여행기나 르포나 다큐멘터리도 재현이다. 어떤 현상이나 경험을 다시 제시한 거니까. 언론의 기사 역시 재현이다. 발생한 일은 복잡하기 짝이 없고 잡음이 가득한 법, 그래도 기자는 그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시 전달한다. 그러니 그 기사는 재현이다. 한국 사회를 다룬 소설도 재현이기는 마찬가지다. 말이 간단해서 한국 사회지, 그 한국 사회라는 것에는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는가. 소설가는 그중에서 자신이 주목할 만한 것을 추려서 다시 제시한다. 따라서 그것도 재현이다. 세계 지도 역시 재현이다. 세계에는 한 장의 지도 안에 들어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