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진왜란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기, 금강산으로 향하던 허균은 철원의 한 객점(客店)에서 늙은 아낙을 만났다. 아낙은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은 비참한 사연을 털어놓았고, 허균은 이를 48구의 장편 한시 ‘노객부원(老客婦怨)’으로 기록한다. 전남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시장엔 허균이 시를 썼을 당시의 정서를 상상해 음색과 음률을 입힌 ‘허균, 읊기, 노객부원’이 울려 퍼진다. 최근 ACC에서 개막한 ‘2026 ACC 미래상: 김영은―미래의 청취자들에게’전은 이렇게 역사 속 아시아의 시(詩)를 현대 음악으로 재구성해 전시장 가득 웅장한 소리로 채웠다. 가로 25m, 세로 60m, 높이 15m 대규모 전시장의 천장과 바닥에는 115개 스피커가 설치됐다. 음악에서 발생하는 음파를 공간 안에 재현하는 파동장 합성(WFS) 기술이 입체 음향 시스템과 만나, 관객은 음악으로 변한 아시아의 이주, 피난의 서사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만든 김영은 작가는 지난해 10월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