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생기니 참 많은 것들이 바뀐다. 난생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 하나가 ‘제철 음식’이다. 얼마 전 처음으로 내 돈을 주고 옥수수를 샀다. 예전에는 배가 고프면 배달 음식을 시켜 먹거나 과자를 사 먹기 바빴다. 옥수수는 엄마가 챙겨주는 게 아니고서야 굳이 사서 먹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그 ‘엄마’가 되니, 지구별 신입인 이 작은 생명체 아이에게 태어나 처음 맛보는 여름의 달달함을 알려주고 싶었다. 계절을 따라 수박, 자두, 복숭아가 부지런히 냉장고를 채운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몰랐던 달력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꼬물거리던 아기는 이제 제법 사람이 되어 걷고, 뛰고, 말도 곧잘 따라 한다. 제 얼굴만 한 수박을 입에 넣고 야무지게 잘도 오물거린다. 옷은 금세 수박 물로 흠뻑 젖는다. 아이 앞에 낱말 카드를 펼쳐 놓고 “수! 박!” 하고 천천히 따라 읽어 준다. 빨갛고 차갑고 달콤한 이 과일의 이름을, 여름이라는 계절의 맛을 그렇게 또박또박 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