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와 달리,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특정 문명의 종말을 넘어 인간 보편의 세계를 그린다. 물론 주인공들은 신이거나 신을 방불케 하는 영웅들이다. 그 영웅들의 무대에서 보통 사람들의 자리는 보잘것없다.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 1, 2, 3 혹은 죽어 널브러져 있는 시체 1, 2, 3의 역할을 맡는다. 물론 당시는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이전의 시대다. 그럼에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인간 ‘보편’을 노래한다. 호메로스 작품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표현 중 하나는 ‘죽게 마련인 인간’이다. 그는 인간을 거론할 때마다 ‘죽게 마련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며, ‘죽음을 모르는 신’과 대비한다. “인간의 삶이란 짧기만 하지요.”(오디세이아 19권, 이 글의 원전 인용은 아카넷 판본을 따름) 그렇게 짧은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게 짧은 인생이기에, 인간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명성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나 나 결코 해보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