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운명과 싸우는 주인공은 강력한 흡인력이 있다. 3시간 가까이 주인공과 관객을 거칠게 몰아붙이는 영화 ‘오디세이’를 보며 든 생각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현대의 영웅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아는 듯하다. 영화를 본 뒤에도 머릿속을 맴도는 몇몇 단어가 있는데, ‘알아보다’도 그중 하나다. 트로이는 목마의 정체를 알아보지 못해 망했고,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마녀 키르케의 실체를 알아보지 못해 남은 생을 돼지로 살 뻔했다. 왕비 페넬로페를 괴롭힌 구혼자들 역시 거지 행색만 보고 오디세우스를 알아보지 못해 불행을 자초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마녀를 알아본 덕분에 자신은 물론이고 부하들까지 구할 수 있었고, 부하들의 마음을 읽은 덕분에 최소한의 희생으로 소용돌이를 피할 수 있었다. 오디세우스의 유모는 흉터를 보고 그가 돌아왔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봤고, 죽어가던 늙은 개 아르고스는 강력한 후각으로 주인이 돌아온 걸 알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었다. 드러난 것이 아닌 그 뒤에 있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