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이면 절로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 미국 화가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가 1861년에 그린 ‘빙산’(사진)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푸른 얼음과 차가운 바다는 보기만 해도 체감온도를 몇 도쯤 낮춰주는 듯하다. 그런데 이 그림의 첫 이름은 ‘빙산’이 아니었다. 처치가 북극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하고 전시를 준비하던 중 미국 남북전쟁이 발발했다. 그는 작품에 ‘북쪽’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전시 입장료 수익금도 북군 병사 가족을 지원하는 기금에 기부했다. 북극 자연을 담은 풍경화가 전쟁이라는 시대 상황 속에서 정치적 의미를 얻게 된 것이다. 작품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유명 작가의 신작에 찬사를 보내는 이도 있었지만, 관람객과 그림을 연결해 줄 인간적 흔적이나 서사가 없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사람도, 동물도, 뚜렷한 사건도 없는 차가운 빙하 풍경은 당시 관객들에게 무척 낯설었기 때문이다. 2년 뒤 영국 런던 전시를 앞두고 처치는 작품에 중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