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원호]‘기획노동’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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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545562_Hp2bLgJy_257946d6a5642895248fc8d76771f7a3763e1d5a.png대학 행정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대학이 숭고한 교육과 첨단 연구로만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기가 시작되려면 누군가 수천 개 강좌의 강의실을 배정하고, 장학금 지급 일정과 등록금 납부 기한이 어긋나지 않도록 맞춰야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새 단과대 설립은 회의록 한 페이지로 남지만, 그것이 실제 건물과 교수진, 교육과정으로 구현되기까지는 수십 명이 몇 년을 매달려 없던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는 교수로 20여 년을 지내며 그 일들이 그냥 ‘되어 있는’ 줄로만 알았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최근 저서 ‘이 일에는 이름이 없다’에서 이런 노동에 ‘기획노동’이란 이름을 붙였다. 냉장고 속 재료를 헤아려 이번 주 식단을 정하고, 아이의 학원을 알아보고, 부모의 간병인을 바꿔야 할지 판단하는 일. 요리와 청소처럼 손에 잡히는 노동이 아니라, 그 모든 일을 예측하고 결정하고 점검하는 정신적 노동이다. 회사에서는 ‘기획’이라 불리는 일이 가정에서는 이름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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