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밤이었다. 소설가 윤고은(46)이 주택가 테니스코트를 지나는데 흙바닥에 라임색 열매 같은 것들이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테니스공이었다. “까먹고 싶었어요.” 엉뚱한 말 같지만, 그에겐 꽤 자연스러운 연상이었다. 테니스공은 북실북실한 털로 덮여 있고, 어둠 속에 흩어져 있는 모양새는 마치 나무에서 툭툭 떨어진 과일처럼 보였다. 다음 날 같은 곳을 지날 땐 테니스공이 카트에 한가득 담겨 있었다. 마치 제철과일 코너 같았다. 한 번 시작된 상상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 장면에서 소설이 자랐다. 윤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테니스나무’(문학동네)는 한여름에서 가을을 지나 다시 여름으로 돌아오는 시간 동안 한 연인의 사랑을 따라간다. 21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소설에 유독 비유가 많다는 말에 “성가실 정도”라며 웃었다. “일상에서 이런 순간을 정말 많이 마주해요. 사물이나 풍경을 보면서 자꾸 뭔가를 연상하는 거죠. 귀여운 버전도 있고 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