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둠이 젖어드는 해변, 거친 바위 위에 세 사람이 앉아 있다. 나란히 앉은 두 여자와 그 뒤의 남자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본다. 보랏빛 어스름이 내려앉은 바다 위로 둥근 달이 떠오르고, 구름 사이로 새어 나온 은빛이 수면에 번진다. 멀리 두 척의 범선이 해안을 향해 다가온다.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1822년에 그린 ‘바다 위로 떠오르는 달’(사진)이다. 이 그림은 처음부터 한 쌍으로 기획되고 제작됐다. 독일 베를린의 은행가이자 미술품 수집가 요아힘 하인리히 빌헬름 바게너가 프리드리히에게 아침과 저녁 풍경을 함께 주문한 것이다. 저녁을 담은 이 그림의 짝은 아침을 그린 ‘외로운 나무’다. 거대한 참나무 아래 목동과 양 떼가 등장하는 아침 풍경이 현실의 고된 삶을 담고 있다면, 달 뜨는 바다를 그린 저녁 풍경은 하루의 끝에 찾아온 안식과 그리움의 시간을 보여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먼바다에 떠 있는 두 척의 배다. 프리드리히의 그림에서 배는 종종 인생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