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루에는 막 해가 저물고, 귀가하는 이들 앞다퉈 건너느라 떠들썩하네.가까운 들녘 절엔 맑은 종 울고, 먼 강마을엔 불빛 몇 점.기러기 보니 고향 소식 그립고, 원숭이 울음 들으니 눈물 자국 쌓이네.외로운 배, 고향은 만 리 밖. 가을 달 마주하니 시름 어이 다 말하랴.(渡口欲黃昏, 歸人爭流喧. 近鐘清野寺, 遠火點江村.見雁思鄉信, 聞猿積淚痕. 孤舟萬里外, 秋月不堪論.)―‘파남의 배에서 본 밤 풍경(파남주중야시·巴南舟中夜市)’ 잠삼남들은 모두 집으로 향하는데 나만 타향에 머문다면, 풍경은 아름다울수록 서럽다. 잠삼은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하던 길에 파남(巴南)의 강을 지났다. 전란에 막힌 여정, 고향은 만 리 밖이었다. 해 질 무렵 나루터에는 강을 건너려는 발길과 목소리가 뒤엉켰다. 그 소란은 ‘나만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소리였을 것이다. 잠시 뒤 풍경은 숨을 낮춘다. 가까운 절의 종소리와 먼 강마을의 불빛 몇 점, 귀로 듣는 가까움과 눈으로 보는 멂이 포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