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으로 되살린 집의 기억 서도호는 1994년 미국 유학 시절 거주하던 방을 실측해서 천으로 옮긴 이후 30년 넘게 미술관 안에 집을 지어왔다. 본격적인 집짓기는 1999년 ‘서울 집/뉴욕 집’을 선보이며 시작됐다. 미국으로 이주한 뒤 서울 성북동의 한옥을 그리워했던 그는 그 집을 옥빛 비단으로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렇게 그의 집은 하늘에 떠 있는 듯하고, 숨 쉬는 듯 바람에 흔들리며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이를 세라 켄트 미술평론가 겸 큐레이터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는 2002년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빛으로 가득한 돔 아래 매달려 있는 이 황홀한 작품을 처음 마주쳤다. 그 부풀어 오른 듯한 반투명함으로 인해 작품은 강렬한 기억만큼 도취적이고 꿈에서 손에 잡히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서도호의 집이 막연한 환상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문손잡이와 초인종, 전등 스위치, 콘센트, 수도관, 난간과 경첩